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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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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10:16:29, 조회 : 249, 추천 : 40 |
약속과 현실 사이에서
지 형 은 목사(한복협 부회장,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
본문 : 로마서 9장 1~9절
1-2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하노라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와 더불어 증언하노니 3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
4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들에게는 양자됨과 영광과 언약들과 율법을 세우신 것과 예배와 약속들이 있고 5 조상들도 그들의 것이요 육신으로 하면 그리스도가 그들에게서 나셨으니 그는 만물 위에 계셔서 세세에 찬양을 받으실 하나님이시니라 아멘
6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이 폐하여진 것 같지 않도다 이스라엘에게서 난 그들이 다 이스라엘이 아니요 7 또한 아브라함의 씨가 다 그의 자녀가 아니라 오직 이삭으로부터 난 자라야 네 씨라 불리리라 하셨으니 8 곧 육신의 자녀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요 오직 약속의 자녀가 씨로 여기심을 받느니라
9 약속의 말씀은 이것이니 명년 이 때에 내가 이르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하심이라
<설교문>
살면서 남의 떡이 더 커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똑같은 크기의 떡을 받았는데 내 손에 들고 있는 떡은 작아 보이고 다른 사람 손에 들고 있는 떡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사람이 가진 욕심 때문이거나 내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입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자신이 서 있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불평은 사람들 사이에 흔합니다. ‘에토레의 고찰’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여러 차로가 있는 상황에서 교통 정체가 심할 때 내 차로가 더 막히고 다른 차로의 차들은 훨씬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차로를 바꿔보지만 상황은 또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차로의 차들이 또 빨리 갑니다.
과거에 매여 사는 사람은 후회합니다. 현실에 매여 사는 사람은 불평합니다. 미래를 확신하며 사는 사람은 희망합니다. 기독교 신앙의 시각으로 보면 미래의 희망은 하나님의 약속에 걸려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을 통해서 약속해 주신 것을 믿음으로 끌어안고 걸어가는 것이 희망의 토대입니다. ‘믿음장’이란 별명이 붙은 히브리서에서 이런 가르침이 명백합니다. 히브리서 11장 13절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이들은 모두 믿음으로 살다가 죽었습니다. 그들은 약속된 것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그것을 멀리 바라보고 즐거워하였으며, 땅 위에서는 손과 나그네로 있다는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국내외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안으로는 갈등과 분열과 대립이 극심하고 문명사적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21세기의 국제 정세는 무서운 파도가 덮치는 상황과 같습니다. 혹자는 구한말의 위기 상황과 비슷하다고도 합니다. 이천 년 전에 살았던 사도 바울의 상황을 살펴보며 신앙의 가르침을 받읍시다.
바울은 혈통적으로 유대인이며 이스라엘 사람입니다. 구약의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실패했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통해서 이스라엘 민족을 선택하신 목적이 세상의 모든 민족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하나님의 복을 나누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착각했습니다. 다른 모든 민족은 저주를 받았고 자기 민족만 복으로 선택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배타적인 선민의식은 하나님의 뜻을 정반대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바울 당시의 이스라엘은 인류의 구세주로 하나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섭리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바울에게 이런 상황은 큰 슬픔이었습니다. 로마서 9장 1-3절이 바울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참말을 하고 거짓말을 아니하노라.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과 마음에 그치지 않는 고통이 있는 것을 내 양심이 성령 안에서 나와 더불어 증언하노니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라.”
바울은 자신이 그리스도의 구원에서 끊어지는 저주를 받더라도 자기 민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바울의 심정이 얼마나 괴로우면 이렇게까지 표현하는 것일까요! 바울이 보기에는 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구원의 희망이 없습니다. 유대인들은 교회를 계속해서 박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민족의 구원은 절망적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현실적인 상황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다른 근거에서 희망을 말합니다. 로마서 9장 6절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하나님의 말씀이 폐하여진 것 같지 않도다”는 개역개정판의 번역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폐하여졌다는 것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뜻인데, 6절은 하나님의 말씀이 그렇게 된 것 같지는 않다는 짐작이나 가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6절부터 9절까지를 새번역성경으로 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이 폐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에게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서 다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고,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해서 다 그의 자녀가 아닙니다. 다만 ‘이삭에게서 태어난 사람만을 너의 자손이라고 부르겠다’ 하셨습니다. 곧 육신의 자녀가 하나님의 자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의 자녀가 참 자손으로 여겨 주심을 받습니다. 그 약속의 말씀은 ‘내년에 내가 다시 올 때쯤에는,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한 것입니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말씀해주신 약속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결코 실패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말씀은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바울은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약속이 반드시 성취된다는 토대 위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구원을 확신합니다. 지금은 길이 보이지 않지만 미래에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을 믿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국내 정치는 실종입니다. 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삶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법의 체계와 집행은 정의롭지 못하고 백년대계여야 하는 교육은 맘몬의 노예가 되어 돈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국제 외교는 첩첩산중입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전체적인 정세가 위기입니다. 세계적으로 큰 두 개의 전쟁을 비롯해서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바울 사도가 그랬던 것처럼 또 우리 민족의 신앙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하나님 말씀의 약속을 붙잡아야 합니다. 현실 상황으로는 길이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의 말씀 속에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믿음으로 바라보며 걸어가야 합니다. 1885년 조선 땅에 도착한 스물다섯의 언더우드 선교사, 이분이 조선에 도착하여 몇 년 어간에 하나님께 올린 간절한 기도문이 이런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주여!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심으셨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곳,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질 않습니다. 가마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합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의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이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소서!”
그렇습니다. 신앙인은 믿음으로 삽니다. 아직은 다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걸어가는 미래에 약속이 이루어질 것을 희망하며 삽니다.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변함없는 진리의 말씀으로써 주신 것이니까 말입니다. 현실보다 더 큰 하늘 아버지의 약속을 믿음으로 붙잡고 살아가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 속기록 가장 처음에 기록돼 있는 제헌국회 기도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방 삼년 후인 1948년 5월 31일의 제헌국회의 처음 시간에 당시 임시의장이던 이승만 박사가 제헌국회 의원이던 이윤영 목사님에게 기도를 부탁했습니다. 이윤영 의원은 성신의 감화하심에 따라서 기도를 드렸는데 기도 내용 중 일부가 이렇습니다.
“하나님이시여, 이로부터 남북이 둘로 갈리어진 이 민족의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신원하여 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축원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은 길면 길수록 이 땅에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원컨대 우리 조선독립과 함께 남북통일을 주시옵고 또한 우리 민생의 복락과 어울러 세계평화를 신원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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