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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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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1 10:26:16, 조회 : 6,886, 추천 : 2515 |
기독교의 사회, 정치적 책임
- 한 가지 성경적 접근 -
이수영(새문안교회 담임목사)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관계적 존재, 공동체적 존재, 사회적 존재로 창조하셨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 바른 관계 속에서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유지하게 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주셨다. 십계명의 제5계명부터의 여섯 가지 계명이 그 핵심이다. 즉 부모를 공경하고 살인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 하지 않고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않는 것이다. 유대교나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사람에게는 사회가 안정되고 질서 잡히며 그 안에서 모든 사람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그 여섯 가지 계명을 잘 지킬 책임이 주어졌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기독교인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십계명을 주신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그것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고 수없이 반복하여 명령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은혜를 베푸시고 영원히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신5:10, 16, 29, 33, 6:3). 그러므로 사회가 지속적으로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계명을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 그 교육이 두 번째 기독교인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이다.
그런데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계명을 가르치되 잘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잘 가르치는 것인가? 각 계명의 참 의미, 그것을 주신 하나님의 진정한 의도를 바르게 깨달아 알고 가르치는 것이다. 바른 계명 이해에서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형식으로 주어진 계명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폭넓게 적용시키는 것이다. 제5계명을 빼고 제6계명부터 제10계명까지는 모두 “~ ~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형식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그 모든 계명의 진정한 의미는 그 하지 말아야 할 행위와 반대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데 있다.
“살인하지 말라”는 제6계명을 예를 들어본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잘 지키는 일은 단순히 어떤 사람을 생물학적으로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고 위험을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까지 나아가야 그 계명을 잘 지키는 것이다. 안전불감증은 그러므로 그 자체가 이미 제6계명을 어기는 것이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남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남의 생명을 지키려는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계명의 참 정신은 모든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떤 조치를 취하거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관련법이 제정되게 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기독교인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을 발견한다.
예수님께서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의 의미를 이렇게 발전시키셨다: “옛 사람에게 말한 바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에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5:21-24) 하신 것이다. 그러니까 형제에 대해서 화내는 것, 바보라고 욕하는 것, 미련한 놈이라고 흉보는 것도 다 지옥 불에 들어갈 죄이며 살인하는 것과 동등한 행위로 규정된다는 말이다. 제6계명의 정신을 예수님께서는 남의 인격과 명예를 존중하라는 계명으로 확대하여 이해할 것을 가르치신 것이다. 사도 요한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요일3:1)라고 했다. 이 말씀들은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보다 넓게 이해해야 함을 보여주는 말씀이다. 즉 살인하지 말라는 것은 단지 생물학적으로 남의 생명을 끊거나 위협하는 일을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누구를 미워하는 것조차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형제에 대하여 노하거나 바보멍청이라거나 미련하다고 말하는 것조차 하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께서 이어서 하신 말씀이 있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너를 고발하는 자와 함께 길에 있을 때에 급히 사화하라.”(마5:23-25) 하신 것이다. 제6계명의 정신을 예수님께서는 불화했던 사람과 화해하는 노력으로까지 넓게 이해하게 하신 것이다. 이때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의 진정한 의미는 “화해하라”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평화를 위하여 갈등중재위원회라든가 화해조정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사회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일은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단지 생물학적 생명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생명같이 귀하게 여겨지는 모든 것을 존중하는 것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바로 지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는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명예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서 생명보다 더 소중한 명예를 짓밟는 것은 살인이나 다를 바 없다. “나에게 자유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달라.” 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유가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서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곧 그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명예나 자유뿐 아니라 인격, 감정, 의지, 건강, 순결, 평화로운 삶, 유쾌한 삶, 고귀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 권리 등이 사람에 따라서는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살인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생명과 같이 중요하고 귀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다 존중하고 지켜줄 줄 알라는 명령이다. 타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납치, 감금 같은 것은 살인행위와 같은 것이다. 또 타인의 인격을 짓밟는 온갖 종류의 언어폭력, 중상모략, 허위사실 유포, 몰래 카메라로 남의 사생활을 훔치고 폭로하는 행위 같은 것도 다 살인행위에 준하는 것이다. 특히 순결을 생명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여성에게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순결을 빼앗거나 매춘을 강요하는 행위는 살인행위에 조금도 못하지 않은 행위다. 또 남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짓밟으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성추행이나 성희롱도 살인행위에 준하는 죄임을 알아야 한다. 공동체적 존재이고 사회적 존재인 사람을 왕따시키는 일은 그를 비인간화 시키는 일이며 따라서 살인행위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밖에도 남에게 그가 원치 않는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것, 예를 들면 술 안 마시는 사람에게 술을 강제로 먹이는 행위나, 담배 안 피우는 사람에게 담배 피우기를 강요하는 것도 제6계명을 범하는 것이 된다. 노래하기를 싫어하고 노래 잘 못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에게 노래 부르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춤을 출 줄도 모르고 춤추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춤을 추라고 강요하는 것 등도 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의 정신을 바르게 따르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남의 감정과 의지와 인격을 무시하고 어떤 일을 강요함으로써 수치감을 주고 명예를 짓밟는 행위는 모두 살인행위에 준하는 것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또 지하철 안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나 고성방가, 좁은 좌석에서 다리를 크게 벌리거나 꼬고 앉는 행위, 부실주차 등 남에 대한 배려 없이 행하는 모든 행위는 제6계명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살인하지 말라”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형식으로 주어진 계명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죽이지 않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가르치기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롬13:8) 한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포함해서 모든 율법은 사랑 속에서 다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남의 대한 배려, 공동선의 추구,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나 홍보나 계몽캠페인이나 인권헌장 제정이나 필요할 때는 공권력의 개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적극적인 활동들은 다 기독교인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간음하지 말라”는 제7계명도 그저 나 혼자 간음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의 약자들로 하여금 간음을 하도록 유혹하거나 부추기거나 강요하는 모든 구조적 부패와 환경과 악한 세력을 제거하고 추방하는 일에 힘쓸 것을 요구한다. 또 오늘날 이 사회에 만연한 음란문화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지키는 것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을 본다.
“도둑질 하지 말라”는 제8계명도 직접 남의 물건 몰래 훔치는 것뿐 아니라 분실물 사취, 사기, 횡령, 탈세 등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공건물의 전기, 수돗물, 가스를 아끼지 않고 펑펑 쓰는 것도 다 국민의 혈세를 도둑질하는 것이다. 방만한 운영을 하고 그러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정부출연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책임자들 퇴진시키면서 어마어마한 퇴직금을 줘서 내보내는 일도 다 나랏돈 도둑질하고 국민의 재산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뇌물을 안주면 공무원들이 아무 일도 안 들어 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뇌물 바치게 만드는 것도 다 도둑질이다. 힘없는 월급쟁이들에게만 원천징수 꼬박꼬박 하고 힘세고 돈 잘 버는 사람에게는 세금 한 푼 안 걷는 것도 도둑질이다. 그런 일들 하지 말자는 교육, 계도, 법적으로 책임지게 하기 등의 노력과 활동은 다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이다.
그리고 나만 도둑질 하지 않는다고 그 계명을 잘 지키는 것 아니다. 그 누구도 도둑질 할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할 때 제8계명을 잘 지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눔의 정신과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나눔이 없는 곳에 도둑질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둑질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형식으로 주어진 계명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는 그러므로 “열심히 나누라”는 것이다. 이 나눔 운동의 실천과 확산 같은 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이다.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 하지 말라”는 제9계명은 원래는 법정에서 근거 없는 증언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성경 전체의 가르침은 이것을 보다 넓게 일체의 악의적 거짓말과 속임수를 금하는 계명으로 이해하게 한다. 거짓증거는 어마어마한 폭력이고 무서운 가해 행위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대단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거짓증거는 애꿎은 사람의 명예를 손상시킬 수 있고, 타인의 재산에 엄청난 손실을 입힐 수 있으며, 무죄한 사람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거짓증거 또는 거짓말은 불신사회를 조장시킨다. 그래서 거짓말은 어떤 때는 사회 전체를 악하게 만들어 단순히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거짓증거 하지 말라는 계명의 참 뜻은 단지 법정에 나가서 거짓증언만 안하면 된다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정의를 지키고 진리를 밝히며 우리 인간사회에 법질서를 세우라는 데 있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 진실한 사회를 만들어서 모든 사람이 편하게 복되게 살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소극적으로 법정에서 거짓증언 안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주위의 불의와 거짓을 고발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증인이 될 용기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 바람직한 것은 남이 거짓말할 필요가 없는 환경을 만들기를 힘쓰는 것이다.
뇌물수수도 거짓증거와 통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직한 사람의 오랜 수고와 눈물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면서 무위도식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철면피들을 배부르게 해주는 일이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희망과 기쁨을 근원적으로 말살시키며 악한 자들의 탐욕만 키우는 것이 뇌물수수다. 뇌물수수는 단순히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진리와 정의의 싹을 근본적으로 잘라버리는 것이 뇌물수수다. 이렇게 뇌물수수는 당사자 개인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정실인사, 편파수사, 지방색 등도 결국은 다 거짓 증거의 범주에 속한다. 이런 모든 것을 추방하기 위한 운동이나 법제화 노력은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성실한 노력과 진정한 실력이 인정받고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한 방법으로 살다가 몇 번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거짓말과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일단 목적을 달성하고 봐야겠다는 유혹을 받는다.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가 되게 해야 한다. 정직한 사람이 존경받거나 적어도 정상시 되며 왕따 당하지 않고 바보 취급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다 같이 힘써야 한다. 그런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의 사회적, 정치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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